카이로스의 삶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로마서 11:32)

나는 날마다 죽노라(로마서 15:31)

◈칼럼 17

허깨비에 속지마라 진리만 진짜다

진리, 나는 지금 진리를 전하고 있는 자다. 그런데 가끔 내 입에서 나오는 ‘진리’라는 소리가 생경하게 들릴 때가 있다. 어느 때엔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게 내 아이의 이름이 맞나?’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린 일이 있었다. 너무나 익숙하게 아무 세포나 누르면 자연스럽게 나오던 그런 말들이 한 순간 아주 낯설게 느껴질 때, 내가 익숙한 그것이 정말 그것이 맞는가 생각하게 한다. 진리, 수없이 외친 값지고 고귀한 말.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단어가 너무 낯설다. 그리고 그걸 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도 익숙하지 않다. 난 그걸 마음으로 가졌다. 그런데 난 소리로 그걸 꺼내내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곤혹스럽다. 불타는 사명감에 목숨까지 걸어가며 복음을 전한다고 하는 이들이 들으면 그들의 기도..

◈칼럼 2022.11.12

다른 하나님 다른 예수

다른 하나님 다른 예수 (김영대 목사) 성경을 볼 때에 우리는 편을 가르고 보는 습성이 있다. 성경을 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하나님 편이고 예수님 편이다. “예수님과 바리새인”하면 나는 언제나 예수님 편이다. 바리새인은 예수님에 의해 정죄 되었고 나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는 자로 성경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죄에 대한 지적도 늘 나와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출애굽기를 읽어도 나는 언제나 모세 편이고 하나님 편에 서 있지 원망하는 백성들의 편에서 성경을 보지 않는다. 그러니 성경을 보아도 나의 죄는 보이지 않는다. 항상 이스라엘 백성들만 죽어 마땅한 자들이고, 바리새인들이 저주받을 자들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방금 홍해의 이적을 체험하고 하나님의 능력을 맛보았음에도 ..

◈칼럼 2022.11.09

공감 (김성수 목사)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남해의 작은 어촌 마을 미조리를 거쳐 통영의 동달리에 닿았다. 역시 이곳도 작은 어촌 마을이다. 입춘이 지났음에도 제주, 남해, 통영에 여전히 눈발이 날린다. 춥다. 무릎이 시리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이렇게 통렬히 체감되기는 처음이다. 물론 그 시림과 추위로 인한 나의 시림은 조금 다른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무릎과 허벅지가 얼얼할 만큼 바람이 매섭다. 그래도 배낭하나 멘 나그네는 걷고 또 걷는다. 그래, 이게 바로 나그네지, 마을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을 하나도 알아챌 수 없는 철저한 이방인... 어촌 마을의 그 비릿한 내음이 참 정겹다. 대학 MT 때 이후로 처음 맡아보는 냄새. 미국의 바닷가 마을과 한국의 바닷가 마을은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수려한 한려수도의 풍광이 한 눈에..

◈칼럼 2022.11.09

나의 존재론적 종말 (펌)

종말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계시록을 보며 앞으로 닥아올 이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계시록은 어느 한 시대를 위한 책이 아니라 전 시대에 모든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은 그분이 진리로 우리 안에 거하기 위하여 육체를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고난은 우리의 새 생명을 잉태하는 영적 해산의 수고, 영적 산고, 우리를 새 생명으로 낳는 고통, 새 생명을 만들어 내는 거룩한 고통입니다. 우리의 고난은 육으로 출발했다가 새 하늘과 새 땅이 내 마음 안에서 이루어지기 위한 고난입니다. 주님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우주 밖 어디엔가 두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새 땅이 되고 새 하늘이 되게 해 주시는 것입니다. 즉 내 마음 땅이..

◈칼럼 2022.11.07

말은 자꾸 말이 입 안으로 먹힙니다. 머리속에 차고 넘치는 생각들로 뇌의 기능은 이미 과부하 상태인데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전 말에 별로 막힘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무나 잡고 무슨 얘기든 떠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해야 하고 하고 싶으면 주제 벗어나지 않게 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을 못하겠습니다. 말로 뱉어내야 하는 생각이 정작 말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먼저 생각이라는 것을 봅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정리하는 것이 생각이 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 생각의 재료인거고 성도를 지어져 가는 인생길에 일어나는 일들은 결국 한 가지의 것으로 모아지는 도구요 방법입니다. 그 한 가지는 믿음입니다. 우연이 없는 상황과 관계 속에 들고 나는 생각들이 ..

◈칼럼 2022.11.06

물질과 공간 속에 숨어있는 가련한 죄인들 .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영역 속에서 살아갑니다. 공간은 감지가 가능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질로 채워져 있습니다. 반면에 시간이라는 영역은 우리가 감지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눈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시간은 흐르면 흐를수록 물질을 낡게 하고 늙게 하며 썩게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죽음으로 몰고 가지요. 그것이 우리 우매한 인간들이 인식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은연중에 시간을 두려워합니다. 시간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은 당연히 공간과 물질 속으로 숨게 됩니다. 시간에 의해 두려워진 마음을 공간과 물질로 달래는 것입니다. 돈을 많이 모으고, 멋진 집을 사고 싶어 합니다. 그 안에 불안한 자신을 숨기기 위함입니다. 자신의 외모를 열심히 아름답게 가꾸어 보기도 하고 남들은 쳐..

◈칼럼 2022.11.06

"잃었다가 되찾음"의 사랑

옴베르토 에코의 소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배우자의 기억에서 ‘나’라는 존재가 삭제되었을 때의 기분이 어떠할까? 실제로 미국 뉴멕시코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사랑했던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아내의 기억에서 남편이 지워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아내의 기억에는 남편을 만나기 이전과 병실에서 깨어난 이후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아내는 자신의 침상을 지키고 있던 남편에게 “누구세요?”라고 질문합니다.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극진한 사랑을 퍼부어 다시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맙니다. 그래서 그들은 두 번째 결혼하게 되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을 쏟아붓고 있는 와중에 아내는 ..

◈칼럼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