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의 삶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로마서 11:32)

나는 날마다 죽노라(로마서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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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만지기

요새 한창 빠져 있는 일. 유튜브에서 올린 머리 영상을 찾아 열심히 연습 중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딸을 앉혀 놓고 복습한다. 눈으로 볼땐 쉬웠는데....직접 만져보니 어렵다. 그래도 싫다 소리 안하고 얌전히 엄마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는 딸이 대견(?)하다. 하긴, 지 머리 이쁘게 만져 주겠다는데 잔소리하면....콱!!!! 엄청 재미는 있었는데 결과물이 영~~~ 미안하다,딸아. 엄마는 이게 최선이었어.ㅠㅠ

사위가 나타났다.

"엄마,나 뮤지컬 보러 갈꺼야." "갑자기 뭔 뮤지컬?" 하세베 보러 가야 한단다. 티켓을 못 구했다고 안달 복달 하더니 트위터에서 티켓 파는 사람을 발견 했단다. 돈을 미리 부쳐줘야 한다길래, "뭘 믿고?" 라고 얘길 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지지배. 언제 봤다고 돈을 먼저 주냐고!!! 이미 눈이 뒤집힌 딸은 엄마의 잔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아니, 그럴 사람 아니야. 댓글 다 읽어 봤어" "니가 그 사람을 알어??? 돈하고 티켓하고 바꾸는거지, 그게 상도덕 아님? " 그러나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사랑인 그날 기어이 돈을 보냈다. "엄마,오늘 우체국에서 우편물 올거야. 잘 받아놔" "뭔데?" "티켓" 흐응...... 그런데 진짜로 티켓이 도착했다. 엄마를 꼰대로 만든 종이 한장. ↓ ↓ ↓ ↓..

딸과 성경공부.

"사랑아, 엄마가 부탁이 있는데.....내일부터 하루에 30분만 엄마하고 성경 보자." " 알았어" 와우~~~ 대답은 청산유수. 담날, "사랑아,성경보자. 어제 엄마하고 약속 했잖아." "알았어,잠깐만." 그 잠깐이 30분이다. 식탁 위에 성경책을 펼쳐 놓고 30분을 기다렸다. "엄마 졸렵거덩? 빨리왓!!!" 몇번을 닥달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창세기 보자. 야곱 얘기 알지?" 마침 어제 티스토리에 야곱에 대한 글을 올렸기에 딸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엄마, 야곱은 쓰레기야. 인간이 왜 이래?" "응 쓰레기 맞어. 야곱이 발목 잡는자라는 뜻이야.사기꾼이라는 뜻도 있어." 사기꾼 야곱. 야곱은 몇천년전의 사람이 아닌 지금의 너와 나라고 얘기를 해 주자 얼굴색이 변한다. "내가???..

잠 귀신.

"자기 전에 꼭 기도 해~~" "성경 좀 봐라~~" 엄마의 잔소리에 한번도 싫다 소리는 안한다. 입으로는 알았다고 하는데 기도를 하는 모습도 성경을 읽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아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을 가능성 100%. 그래도 감사하다. "싫다!!"라는 소리는 안하니까. 주일 날, 아침에 엄마가 깨우면 그래도 일어나 같이 교회에 가주는 딸이 고맙다. 목사님이 설교만 시작하면 민망할 정도로 졸고 있는 딸의 모습을 봐야 하는건 서비스. 그래서 교회에 가면 맨 뒤가 내 지정석이 되어 버렸다. 앞에 앉아서 사정없이 조는 딸의 모습을 감춰주기 위해서다. 너무 졸려우면 일어나서 뒤에서 잠깐 걸었다 오라고 해도 ,허벅지를 꼬집어 보라고 해도 우리딸은 그시간을 잠자는 시간으로 정해 놨나보다...

경고

딸: 엄마,난 평생 엄마 발목 잡고 살거야.편하게. 홍홍홍~~ 뭐가 그리 신나는지 얼굴에 화색이 돈다. 세상 차암 쉽게 산다,우리딸. 미안하지만 네가 발목잡힐것 같은디???ㅋㅋㅋ 슬슬 공장이 고장이 나고 있거덩. 무릎도 아프고..... 그러기 전에 언넝 도망을 가시덩가. 길게 있으면 넌 십중팔구 엄마한테 발목 잡힌다. 난 경고했다!!!! 분명히. 언제까지 엄마가 건강하게 자기 옆에 있을거라 생각하는지... 바보. 엄만, 앞으로 길어봐야 20년? (그것도 잘 살면..) 엄마는 건강에 자신없다고. 하지만 엄마는 네 걱정 안할거야. 엄마 발목 잡지 말고 예수님 발목 잡고 늘어지세요, 따님.

.....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난 이 현실에서 꼼짝달싹도 못하게 됐다. 그저,숨만 쉬고 있으라는 주님의 뜻이겠지. 이제 그만 이 시간도 멈춰 줬으면.... 그래, 없음이 있음으로 살아가려니 이런 일도 있는게야. 광야를 지나 홍해를 건너 그들이 도착한 가나안은 전천후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 그들의 전답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곡식을 내지 못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다리면 된다. only by grace https://youtube.com/clip/UgkxQOvaXGNikEse0Q2KZvmYl_VJLtj4NRJ9" rel="noopener" data-mce-href="http://">http://

2022.첫수확

모종을 사다 심은 부추.피망.꽈리고추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내 손으로 야채를 키웠다. 단지 물만 주었을 뿐인데 너무 잘 자라준 녀석들. 아니지,생각해보니 물만 준게 아니다. 여름내내 틈만 나면 벌레들과 싸우느라 진땀을 뺐다. 뿌리파리 없애느라 노랑 테이프도 사다 붙여 놨고 에타놀,치약,마요네즈,락스,계피,식초 등등..식물 애호가들이 처방해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악당들과 싸웠다. 오 마이 갓~~난 벌레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었다. 조그만 벌레만 봐도 줄행랑을 치던 난, 여름이 지나갈 무렵엔 무당벌레쯤은 손으로도 만질수 있는 간땡이 부은 아쥠이 되어 있었다 . (이젠 도망 안간다공~~~날 우숩게 보지 말라공~~~ㅋ) 그리고 우리 파랭이들의 건강을 위해 계란 껍질을 말려서 뿌려주기도 했고 쌀뜨물에 계피..

사라진 블로그

10년쯤 됐나보다. 후쿠시마 지진 후, 언제 이 세상과 하직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만들었다. 내가 사라지면 이 땅에 혼자 남을 딸에게 남겨 주기 위함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썩어질 것들로 충만해 버린 이 세상에서 여기저기 뒤적거리며 하나씩 모으기 시작한 내 보물들. 가짜 복음이 판을 치는 가운데에서도 진리를 전하려는 분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모았다. 일기도 썼다. 엄마가 해 주고 싶었던 말들,부탁하고 싶은 말들. 가끔은 엄마와 지냈던 날들을 기억해 달라고 사진도 남겨 두었고 우리딸이 고생하며 그렸던 그림들까지.... 어느날 갑자기 블로그가 닫혔다. 백업을 시도했으나 이틀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조갑증을 못 견디고 백업 포기. 사진만 몇십장 건졌다. d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