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19:103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다윗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었다.
잠을 자도 폭풍처럼 쏟아져 내리는 말씀.
눈으로 봐 왔던 성경의 진의가 깨달아 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의 기억을 되살려 서둘러 성경책 안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분명히 자면서는 떠올랐던 말씀의 절반 이상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결국 메모장을 옆에 두고 불을 켜고 잤다.
그때 그때 깨달아 지는 말씀이 흘러가지 않도록 메모를 할 생각이었다.
성경책은 곳곳이 빨강 볼펜으로 물들어져 갔다.
그리고 목사님의 서재에서 빌린 책들로 본격적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신학교를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기였기도 하다.
난 교회의 기둥집사라는 소릴 들었고 아마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서 교회생활을 제일
열심히 한 것같다.
그때 내 말을 경청해 주었던 단 한사람.
목숨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친구는 내가 말씀을 얘기하면 너무 신기해 했다.
"오~~그게 이런 뜻이었어?"
기도를 몇시간씩 하라면 자신이 있는데 말씀을 공부하는건 정말 못하겠다던 친구였다.
난 기도하기가 더 힘들던데... (매일 2시간씩 방석깔고 앉아 기도하던 때였다.)
그런 친구에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넌지시 건넨 말. ( 남한테 말하면 돌멩이 맞을거 같아서..)
"예수님이 신랑이잖아, 그리고 우리가 신부고. 그런데 신랑과 신부가 한몸이라고 성경에 써 있잖아.
그럼 이런 공식이 되는거야.
신랑= 예수님
신부= 나
신랑✚신부= 한몸=예수님=나
얼렐레?? 예수님이 나?(이런 불경한!!!! )
맙소사,난 임마뉴엘 하나님을 알아버렸다.
모두가 인정하는 교회 기둥집사가, 청산유수로 대표기도를 하고 말씀을 줄줄 외우며 다니던 집사가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였던거다.
당시 내가 이런 얘길 주변 사람한테 했었다면 아마 미쳤거나 이단에 빠졌다는 소릴 했겠지.
내 주변의 환경이 그랬다. 우린 너무 어렸고 누구하나 신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으며
재대로 된 말씀을 전하는 사람도 없었다.
성경 한줄 읽고 나머지는 세상얘기와 우리 행위에 대해 말하는 설교만 듣던 시기였다.
교회에 초빙되어 오는 목사들은 예언을 쏟아냈고 ,아무개는 기도해서 무슨 병이 나았다더라..십일조 열심히 했더니 돈이 들어 왔다더라 ..
방언이 터졌다더라...라는 얘길 매일 밥먹듯이 듣고 있었다.
난 그게 교회의 모든것인지 알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교회와 목사를 섬겼다.
목사에게 질문도 참 많이 했었다. 난 알고 싶은게 너무 많았고 내 성경지식으로는 도무지 해결이 안될때다.
내 질문에 지쳤나.... 목사는 나에게 성경을 깊게 보지 말라고 했다.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처방이었다. 차라리 죽으라고 하지...
힘든 내 삶에 위로가 되는 건 말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한번 맛 본 말씀의 달콤함은 지독한 중독성이 있어
아직도 난 그 맛을 잊지도 못하거니와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여러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몸에 붙은 습성이 있다.
목사가 전하는 말씀을 걸러 듣는 것이다.
"틀림과 다름"
그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성경 공부를 했을 목사들이니 어줍잖은 말씀 지식으로 그들과 말을 섞을 자신도 없었거니와
그럴 필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외롭기도 했으나 어차피 신앙은 하나님과 나, 단 둘의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