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날..
낮 잠 좀 자려고 누웠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일어나기 귀찮음.
그런데 내 낮잠을 방해 하는 범인의 정체를 나는 안다.
핸펀 아닌 집으로 전화를 거는 사람은 전 남푠님 뿐이거덩.
핸펀으로 연락을 하라고 해도.. 아,진짜 말도 지지리도 안 듣는다.
이 집 안에서 어디를 가든 핸펀과 한 몸인 나는, 언제 어디서건 나에게 걸려 오는 전화를 광 속으로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준비 된 뇨자~~~
그렇지만 이렇게 침대에 누워 있거나, 화장실에 있을때, 밖에서 세탁물 널고 있을때, 핸펀 아닌 집으로 전화가 오면 말이 달라진다.
몸이 튕겨져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만큼 마음이 바빠지기 때문이다.
샤워를 하다가도 물 질질 흘리며 전화를 받으러 나온다.
안 받으면 되는데....그게..잘 안된다.
옛날에도 그랬다. (나도 쫌 이상한 여자)
" 뭐 해?
"누워있어"
"검사 결과 언제 나온다고? 근데, 이상하네..생각 해 봤는데,우리 식구는 암에 걸린 사람 없거든? "
혹시 내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우리 엄마랑 아부지는 암 걸렸었거덩??"
"아,그래? 그렇구나... 알았어. "
10초만에 전화는 끊겼다.
아니,꼴랑 이 얘기 하려고 내 낮 잠을 방해 한 거야? (아,증말...이 왠수...)
다시 광속으로 침대 복귀.
3일후....
갑자기 전화 생각이 났다.
풋,
이혼한 마누라라도 걱정은 됐나보지?
근데 가만히 생각 해 보니 뭔가...이상하다.
자기 식구들한테 암 경력이 없는데 내가 암 걸리는게 이상하다.......고?
너님 식구들 암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관계가 있음?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는 그의 말에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 엄니 아부지가 암에 걸린 적이 있다고 대답한 난 또 뭐임?
그러다 급 깨달음.
"오~~ 이사람이 나를 이혼 한 전처로 생각 한게 아니고 가족으로 생각 한 거였어? "
결혼 생활 내내 생일 한번 챙겨 준적 없고 속만 지지리도 썩였던 남푠의 머리 속에,
내가 피 섞인 가족으로 저장 되어 있는 거였음.
20년의 각방 생활이 이제야 이해되어 진 순간,긴 세월동안의 모든 오해가 풀렸다.
그래,우린 피가 섞인 가족이었던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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